릴레이복지사85 _ 이재민 안산 한도병원 사회복지실 팀장

이재민 안산한도병원 사회복지실 팀장은 대학교 3학년 때 의료사회복지 수업을 들으며 그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자원봉사와 병원 실습, 직장체험을 통해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다. 환자와 1대 1로 개별상담하고 경제적, 사회적인 지원을 연계하면서 관계를 맺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 이 팀장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수줍게 웃었고, 환자들에 대해 얘기할 때면 눈빛이 반짝거렸다. 얼굴에 착한 미소가 은은하게 머물러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던 이 팀장.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환자 위해서’ 내성적 성격 딛고 적극적으로 변해
이 팀장은 지난 2004년 강남성모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로 1년간 수련 과정을 보내고 아름다운재단에서 미숙아 의료비 지원 사업 업무를 맡았다. 그 후로 산재전문 병원에서 화상환자를 중점적으로 맡아서 일을 했다. 반신반의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특강을 진행하고 학회 발표를 경험해 보면서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자신감이 생겼다.
이 팀장은 처음 맡은 환자에 대한 추억을 꺼냈다. 그 환자는 사진동호회 사람들과 기차역으로 사진 찍으러 갔다가 기차 위에서 감전 사고를 당했다. 임신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고, 모두들 사망할 거라고 얘기했지만 환자는 잘 이겨냈다. 환자의 사연이 더욱 안타까웠던 이유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고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화상은 수술을 여러 번 해야 하고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이 팀장은 그 환자에게 자원연계를 도왔고, 방송출연을 이어주기도 했다.
“화상 환자는 치료 중간에 수급자가 된다는 말이 있어요. 비급여가 많고 지원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치료 도중에 사망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화상이 몸에 30% 이상 넘으면 생존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든요.” 
환자들은 자살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고, 재입원율도 높았다. 사고 전 맺었던 관계들이 다 끊기고 병원 입원 후 자조모임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환자들을 처음 대면하면 우울한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퇴원할 때 즈음 긍정적으로 변한 환자의 모습을 보게될 때 이 팀장은 보람을 느꼈다.
“환자분들이 ‘자나 깨나 불조심 하라’는 얘길 많이 하세요. 퇴원 후 관리가 안 돼서 ‘망가졌다’는 분도 많지만, 본인이 일 년 동안 수술할 돈을 마련하면서 열심히 생활하시는 분도 많아요.”
이 팀장은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에 놓인 환자를 위해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환자와 함께 CBS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라는 프로그램에 세 번 방송 출연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를 입에 대고 말을 해도 목소리가 크게 안 나올 정도로 긴장하고 힘든 순간이었지만, 방송 경험 이후 ‘환자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방송에 나가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되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열정’ 깨우려 노력
한도병원에는 작년 10월 말부터 근무를 시작했고, 한 달에 30케이스(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안산은 지역 사회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가 잘 잡혀 있다. 그럼에도 만성질환이나 척추 관련 질병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한계점도 가지고 있다. 또한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합법적으로 입국해도 건강보험이 없으면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일반수가로 적용돼 부담이 크다. 반면 환자가 불법으로 입국한 경우에는 나라에서 지원받는 경우도 있다. 이 팀장은 자원 개발 업무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힘들 때면 이 팀장은 동기들에게서 해답을 얻기도 하고 자극도 받는다. 동기가 스승이 되어 서로에게 슈퍼비전도 주고 도움 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의료사회복지사협회 교육을 받거나 심포지엄에 참석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과 병원에서 환자들을 상대하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 내성적인 성격에 변화가 찾아왔다. 한 친구로부터는 “처음엔 아이컨택도 되지 않던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도 들었다. 관심 있는 것은 직접 찾아서 나설 정도로 적극적인 면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즐겁게 살아야겠단 생각을 자주해요. 환자들의 힘든 얘기를 듣다보면 제 자신이 빨리 소진될 수도 있거든요.”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되도록 일에 대한 생각은 접는 편이다. 요새는 야구에 푹 빠져 있어 티브이로 야구 중계를 시청하거나 야구장에 직접 가서 관람한다. 탁 트인 공간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온다.
계속 환자들을 만나면서 나이 들고 싶다는 이 팀장.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환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이 쌓이면서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환자들에게는 적절하게 거절도 하게 됐다. 환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언성을 높이고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이 팀장은 수련 시절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환자 입장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야겠다고 다짐해요. 수련 기간 동안 나중에 병원에서 일하면 무언가 환자들을 위한 일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을 자주 했거든요. 동기들과 그런 얘길 자주 나눠요. 그땐 참 열정적이었다고요. 지금은 그때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글·사진/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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