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에서 마술이 펼쳐진다면? 바로 이러한 이벤트를 실제로 손 수 직접 보여주는 택시기사가 있다. 바로 택시마술사로 알려진 강창구 씨. 그의 택시를 일단 타게 되면 승객들은 어느새 평범한 일상에서 탈출하게 된다. 아주 손쉽게 보여 지는 카드마술부터 간단하게 점쳐주는 마술까지 다양한 퍼포먼스를 눈앞에서 보여주기 때문. 승객을 저절로 웃게 만드는 별난 재주꾼 강창구 씨의 즐거운 인생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마운 시민의 발로 뛴다
지난달 7일 오후 1시. 본인 택시를 이끌고 나타난 강창구(64)씨는 차안에서 조그마한 마술쇼를 보여줬다.
네모난 작은 빈 박스를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빈 공간을 살짝 손짓하자 갑자기 아기 햄스터가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담배를 작은 빈 박스에 넣은 후, 세 동강이로 나누고, 앵무새에게 색깔별 종이 중 아무거나 뽑아보라고 했더니 그린 색 종이를 뽑아든다. 종이엔 ‘고난 후에 반드시 좋은 일이 이루어진다’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활짝 웃음꽃이 피어나게 하고, 기립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재미난 상황을 만들어 준다. ‘택시 마술사’ 강창구 씨는 이처럼 사소한 일상을 비범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의 손이 움직이면 모든 것이 마술로 변하게 되는 신기한 광경에 승객들은 택시 요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서 마술을 보여주다가, 누구나 제 승객이면 이렇게 다양한 마술을 보여주게 됐습니다.”
하루에 만나는 승객들만 해도 수십 명이지만, 거의 모든 승객들에게 마술을 선보인다. 그는 만난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을 담기 위해 명함을 받으면 택시 안 천장 위에 붙여 놨다.
그는 마술을 보여주면서 승객들보다 오히려, 자신이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강 씨는 택시 안에서만 마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쉬는 날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더 재미있고 신명난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공원이나 분당 중앙공원이나 율동공원, 일산 호수공원 등 많은 관중이 모이는 무대에도 이미 여러 차례 섰다. 최근 3년 연속으로 일본 대사관에서 공연한 것을 비롯해 종로구청이나 각 경찰서, 군부대 등도 수없이 찾았다.
그렇지만 그의 주 고객은 어린이나 어르신, 장애인들이다. 학생들의 수련회는 물론이고 복지관이나 병원 공연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나갔다. 수도권 곳곳을 돌면서 어르신들 앞에서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신기하고 마법 같은 하루를 선사했다.

제2의 인생 설계하다
강 씨는 본래 일본대사관에서 27년 동안 근무했었다. 퇴직하기 전, 그는 뭔가 보람 있고 즐겁게 살아가는 인생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외국인 택시 모집광고를 보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2009년 3월 정년퇴직 후, 준비기간을 거친 뒤 5월부터 정식 택시기사가 되었다.
“사실 일본대사관에 있으면서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택시보다 먼저 마술을 배운거죠. 다행히 주변에 마술학원이 생겨서 초급, 중급 과정을 마스터했습니다. 그런 후, 욕심이 생겨서 프로마술사들을 찾아다니면서 고급과정을 배웠죠.”
그는 일본대사관에서 구사한 일본어 실력과 무엇이든지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성향에 따라 중국, 영어 등의 학원에 틈틈이 다녀 기본적으로 4개 국어를 능통하게 잘하게 되었다.
그런 수준급 실력으로 그는 당당히 외국인 택시기사로써 인정받아 취직이 된 것.
강 씨는 일본대사관에 취직하게 된 사연도 남다르다. 군 복무를 마친 이후 그의 나이 26세 되던 해 대대장의 소개로 포항제철에 취직했다. 마침 일본 사람들이 포철에 와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들을 상대로 열심히 일본어를 익혔다. 직접 그들과 만나면서 친분을 쌓아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 배웠다.
하지만 당시 포철 초창기라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는 4년간 근무한 뒤 일본 대사관 모집광고를 보고 원서를 냈고, 그의 뛰어난 일본어 실력을 인정받아 합격했다.
그는 늘 살아가면서 ‘열심히 배운다’라는 입장으로 달려왔다. 마술학원과 언어학원을 다니게 된 것도 그의 그런 기본적 좌우명이 한몫했다.
공부를 하기 위해 그는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다. 출근하는 데만 1시간 40분이나 걸리는 수도권 외곽에 살고 있기에 학원을 마친 뒤 대사 공관으로 가기 위해 그는 매일 5시50분에 집을 나섰다고 한다.
“저는 배우는 것이 좋아요. 마술은 어릴 적에 서커스단을 관람하면서 쭉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였어요. 늘 마음 한구석에서 마술을 꼭 배우리라 다짐했었죠.”
그는 만만치 않은 배움의 과정을 시간 나는 대로 틈을 이용해 연습했고, 그렇게 노력한 끝에 고난이도 마술까지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행복을 만드는 도구, 마술
마술동호회에 가입한 그는 동호회 사람들과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처음에는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방문했다가 어려운 사람들과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마술봉사에 푹 빠져들었다.
차차 그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SBS진실게임, 스타킹에 출연하는 등 TV전파도 탔다.
그는 TV에 출연하면서 종이가 우동, 라면 등으로 변하는 재미있는 마술부터 입에서 불을 넣는 불쇼, 사람이 순간 이동하는 마술 등 신기하고 재미있는 마술을 그만의 아이디어로 새롭게 탈바꿈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었다.
마술계에서 그는 ‘앙드레 강’으로 통한다. 별명처럼 그에겐 숨겨진 장기가 있다. 그는 마술연기도 잘 하지만 4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한 자리에서 각 나라 말로 마술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때로는 ‘엉클 샘’ 복장을 하고 유창한 영어로 마술을 진행하는가 하면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일본어로 마술쇼를 진행하기도 한다. 중국 의상을 입고 중국말로 마술을 설명할 때면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마술사이지만 택시를 몰면서 어디든지 달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옛날에는 몸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병원에 가면 특별한 진단이 없었어요. 두통도 심했고, 신경성 위염을 앓았죠. 그런데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씻은 듯이 나아지더군요. 아마도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니까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강 씨는 일본대사관 정년퇴임 뒤 개인택시를 하면서 마술을 하는 그는 삶이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
마술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상상이 안된다고.
가족들은 그를 지지하고,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마술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보지 않는다고.
“아이들은 이미 다 커서 흥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족보다 제 마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외국인들이나 어르신. 장애인, 어린이들이이에요. 아무런 의심 없이 인정해주고 즐거워 해주거든요.”
무엇보다 강 씨는 마술을 보고 난 뒤 “너무 즐거웠습니다. 고마웠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힘이 된다고 했다.
“제가 건강 하는 한 끝까지 마술을 할 생각입니다. 어렵고 힘든 생활을 영위해 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을 것 같네요.”
항상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진정한 삶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그는 해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봉사는 ‘되돌아오는 행복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원천인 것이죠. 그동안 살아가면서 가장 잘한 짓이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바로 마술을 배우는 것과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술은 행복을 만드는 도구였습니다.”
행복과 즐거움의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강 씨. 그의 말처럼 늘 행복한 인생을 꾸려나가길 바래본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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