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점자는 일반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대체자료를 출판하는 곳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지적세상을 꿈꾸게 해 준 도서출판 점자. 이제는 일반인도 노인도 아이들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점자 도서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꿈꾸고 있다.

지적 배고픔을 채워주는 도서관
한국점자도서관은 1969년 시각장애인 육병일(古) 씨에 의해 처음 설립되었다. 국내 점자 도서출판사로서는 처음 설립되었으며, 역사의 뿌리가 깊은 점자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육병일 씨는 현재 도서출판 ‘점자’의 책임을 맡고 있는 육근해 대표의 아버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연스럽게 한국점자도서관을 이어받아 일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21세기에 맞는 지식정보를 전달할 방법을 찾다가 도서출판 점자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지적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들의 지적인 배고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설립하게 되었죠.”
육 대표는 아버지의 심오한 뜻을 어릴 때부터 보고 익혀왔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는 변했고, 도서관의 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육 대표는 도서관 자체의 발전을 이룩하고 싶어 시각장애인들에게 보다 편리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점자 도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원하는 도서문화가 더 이상 소외받지 않기를 바랬던 것이다.

다양한 점자 도서 발명
점자도서는 그동안 글씨가 없이 오직 점자로 새겨진 책자로 출판되었다. 하지만 육 대표는 점자도서에 대한 기존 관념을 깨트리고 다양한 도서를 출간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시각 및 독서 장애인들을 위한 대체자료가 너무 미흡한 상황이고 특히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책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에 장애 유형별로 특성을 파악한 점자도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육 대표는 시각장애인 중 아동이 소외받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 투명한 점자라벨을 붙인 아동용 도서부터 노인들이 읽기 쉽게 하기 위한 큰 글자도서, 사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통해 표현된 그림을 만지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촉각도서 등 단순히 점자도서를 벗어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많은 점자도서를 발명해냈다.
그녀는 점자도서관 운영을 통해 장애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노인과 시각장애인이지만 ‘약시’를 가진 이들이 돋보기 등 보조기기를 활용해 독서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발명한 큰 글자도서는 발매하자마자 1위로 판매되었다.
“출판 과정은 사실 어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촉각도서만 해도 아이디어를 내고 샘플을 만들어내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직접 재료를 구하러 돌아다녀야 하는 고충도 있었습니다.”
큰 글자도서는 출판사에 기본 200권에 해당하는 판권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도 있을 뿐 아니라 새롭게 편집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촉각도서 593권, 큰 글자도서 2161권을 판매했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출판사 가운데는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 점자 출판물의 70% 정도를 소화해 낸 것이다.

장벽이 없는 도서문화세계를 꿈꾸다
“점자도서관은 사실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사실상 없어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죠. 하지만 저는 도서관이 지역시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장애인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지식을 나눠가질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06년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지정되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12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현재 45명에 달한다. 일자리 창출 면에서는 사회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 2009년 2월에는 독립형태를 지닌 점자도서관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5억5000만원. 아직 미미하지만 그래도 2009년에 비하면 2억 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몇 년 후면 자립도 가능할 상황으로 왔다.

“점자도서 특성상 인건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계속 구상하면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점자도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보다 커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선천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호 형태를 띄는 책을 연구하고, 큰 글자도서를 일본, 이탈리아 등에 수출할 계획(200부)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함께 읽을 수 있는 책, 어느 곳에서나 함께 읽을 수 있는 책, 장벽이 없는 문화세계를 이루는 것이 저의 모토이자, 목표입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며 오늘날의 한국점자도서를 이룬 육 대표. 그녀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도서문화를 꿈꾸며 매일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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