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베이커리’는 지난해 1월 20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200평 규모로 오픈했다. 인도어로 착한 마음이라는 뜻인 ‘슈마나스(sumanas)’ 베이커리 사업단으로 출범한 이곳은 사람들을 위해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우리 쌀로 만든 빵으로 장애인과 소외계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등 일석이조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좋은세상베이커리를 찾았다.

마음을 전하는 빵가게
이욱희 좋은세상베이커리 대표이사는 리츠칼튼 호텔에 근무하면서 장애인, 노인, 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호텔에 있을 때 호텔노조위원장, 한국노총 관광노련 부위원장, 한국노총 조직국장 등을 지냈습니다. 미래노사발전연대에서 사회적 기업 모니터링을 하면서 소외계층을 위한 제대로 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호텔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좋은세상베이커리를 설립했다. 다양한 업종 가운데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것.
그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품질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같은 호텔 출신인 35년 경력 김윤수 제과장과 제과사 출신 파티셰 2명을 고용해 좋은세상베이커리를 이끌어 나갔다.

전문화된 제품을 생산하다
좋은세상베이커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총 15명이다. 장애인 및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 노동자 8명이 종사하고 있다.
“조만간 7명을 추가로 모집하고 올해 안에 40~50명을 더 채용할 것입니다. 취약계층을 고용하기 위해 광진구청과 협약 체결 중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나중에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기술 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간접고용 형태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사회에서도 자립할 수 있도록 제과·제빵 교육센터를 설립해 전문기술자를 육성하고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양한 교육 및 JOT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화를 도모할 것입니다. 취약계층의 자활을 위한 창업지원 사업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좋은세상베이커리는 시장경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경쟁력 높은 빵을 생산하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특히 기존 베이커리의 주원료인 수입 밀가루 대신 우리 쌀과 쑥, 고구마 등의 농산물을 이용해 웰빙 베이커리를 만드는데 주력한다.
“방부제, 인공색소, 향료가 들어가지 않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우리쌀 롤케익, 우리쌀 무스케익, 쑥 롤케익, 오렌지파운드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좋은 재료만 엄선해 빵을 만든 결과 ‘특급호텔’ 베이커리 못지않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렌차이즈 제과점이 성행하고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이 영세한 실정이다 보니 제대로 된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더욱 차별화된 재료로 품질 좋은 빵을 만드는 등 매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벤치마킹을 실천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제품 주문을 받고 있고 여러 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었습니다. 저희 베이커리는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상반기에는 큰 수익을 내지 못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수익창출을 높이기 위해 제품 판매장을 따로 개설해 직접 소비자와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 대표는 좋은세상베이커리를 일반 시장에서도 우뚝 서는 사회적 기업의 ‘롤 모델’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여러 기업과 협약을 체결했다. 사회적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서울 메트로’와 슈마나스 고구마케익 납품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사회적 기업 결연 협약서를 체결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와 연계해 제품 택배업무 제휴 협약도 체결했다. 이러한 협약은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을 고객으로 삼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이기 때문에 납품과 배달을 통해서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영세한 기업 100개 보다 제대로 된 기업 하나를 키워 사회적 기업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이 대표는 협약 체결을 통해 좋은세상베이커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 다른 기업과 연계해 유통·판매망을 확보하는 것도 목표다.
“사회적 기업이 서로 관계를 맺어 함께 수익을 창출해 나갔으면 합니다. 초창기 가졌던 신념을 잃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직접 고용해 직원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프로그램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시간을 정해 생산과 이론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려 한다. 또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안정적인 기반을 이루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끈끈한 직원들 간의 우정을 바탕으로 따뜻한 사랑이 담긴 빵을 굽는 것은 좋은세상베이커리의 큰 장점이다. 나눔과 기부를 함께 실천하는 좋은세상베이커리의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인의 행복을 위한 빵을 만들겠습니다” 김윤수

김윤수 제과장(55)은 좋은세상베이커리에서 일하기 전에 호텔에서 근무하며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제 기술을 취약계층에게 전수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뚜렷한 사명감을 갖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회사 창립 당시부터 종사해 이제 1년 좀 넘게 일했어요.”
그는 제과장으로서 사회공헌에 함께 한다는 자부심을 품고 생산라인 전반에 걸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호텔 제과장이라는 유명세를 버리고 프로보노로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일하고 싶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반응도 긍정적이었고 저 또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김 제과장은 좋은세상베이커리는 여느 베이커리와 달리 관리부와 생산부 및 CEO 모두가 가족처럼 회사에 소속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처음 시작하는 베이커리라 자유롭게 상품 개발에 주력할 수 있고 취약계층에게 여러 가지 레시피 기술을 전수할 수 있어 보람됩니다. 차후 직원들이 개인 제빵점을 오픈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김 제과장은 같이 땀을 흘리는 생산라인 직원들과 친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직원들과의 관계는 그가 회사 생활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이다.
“좋은세상베이커리에서 일하면서 만족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며 훌륭한 제품을 생산하는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우월함 만으로는 훌륭한 회사가 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모두의 성심이 집중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리더가 되려 합니다.”
그는 좋은세상베이커리가 세계적인 베이커리가 돼 대한민국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행복에 앞장설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보다 더 나은 제과장을 세울 수 있도록 직원들을 교육할 것이라는 김 제과장.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빵을 만들면서 활력과 여유를 되찾았어요” 박정진

‘좋은세상베이커리’에서 일하는 박정진(40) 씨는 광진구청에 구직신청을 해 일자리를 얻었다.
“복지관에서 근무를 했는데 부서가 없어졌어요. 한부모 가정이라 직장을 잃고 마음고생이 심했죠. 사회적 기업인 이곳에 입사한 후로 생활이 많이 안정 됐어요.”
그는 좋은세상베이커리에서 근무하며 활력을 되찾았다. 현재는 생산팀에서 파티셰들의 업무를 돕고 있다.
“면접을 보고 들어온 이후 매일 교육을 받아요. 사장님께서 기술을 배울 수 있게끔 배려를 많이 해주시죠. 빵 만드는 곳이기에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고요.”
올해 11살, 13살 되는 박 씨의 아이들은 빵을 만드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 빵을 집으로 가져가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아이들이 엄마가 만든 빵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많이 해요. 이곳에서 일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또 좋은세상베이커리는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에 취약계층, 독거노인, 장애인들에게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어요.”
박 씨는 좋은세상베이커리가 주변에 많이 알려져 이웃들에게 맛있는 빵과 사랑을 전하게 되길 바란다.
“장사가 잘 돼 이곳에 오래 남아 일하고 싶어요. 열심히 잘 하면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겠죠. 좋은 일도 많이 하니까 저희 빵을 사서 드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곳에서 기술을 배워 십여 년 후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것이 목표다. 좋은세상베이커리는 직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박 씨. 그는 앞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며 꿈을 키워갈 작정이다.

공동취재/문혜원 기자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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