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존의 필수조건이라 일컬어지는 의·식·주. 오늘날 먹고(食) 입는(衣) 문제는 거의 해결되고 있지만, 삶의 터전으로서 주택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만성적인 주택문제를 가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소득에 비해 가장 높은 주거비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에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주거복지연대(이사장 하성규)가 있다. 지난달 7일 서울 대방동에 자리한 주거복지연대를 찾아 남상오 사무총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람’ 중심의 주거권 운동 확산
주거복지연대는 정부의 주택정책 변화를 촉진하고, 새로운 차원의 지역적, 계층적 주택정책을 제시하고자 주거복지연대 설립의 필요성에 동의 하 여러 학자·사회운동가·시민 등이 모여 지난 2001년 공식 출범했다. 이후 수도권 주택문제 분석, 주거복지백서 발간(대한주택공사 발주), 수도권 48개 지역 주거실태조사(2002), 서민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전국 주택금융수요조사 실시, 주택금융국제비교연구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주거에 대한 요구를 정책적으로 성숙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04년에는 주거복지실현을 위한 ‘온국민 한마당’을 개최했다.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김진 전 대한주택 공사장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행사에서 주거복지실현을 위한 온국민 선언문을 채택했다. 또한 같은 해 대한주택공사노동조합의 후원을 통해 일반시민대상 제1기 주거복지교양강좌를 실시했으며 임대주택공급의 사회적 합의 증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마련해 의견을 수렴키도 했다. 그 해 연대는 공로를 인정받아 재정경제부 공익성 기부금 대상 단체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이들은 현재 국토해양부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전국적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 2003년 6월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법이 개정·통과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국민임대주택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3년 최저주거기준이 법제화된 일을 비롯해 한국 사회의 주거복지정책은 개선돼 왔습니다. 특히 노숙자, 쪽방 및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주거불안정계층과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의 한계계층을 정책적으로 수렴하여 전세나 매입주택을 제공하게 된 것은 큰 변화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적·사회적 서민 주거대책을 비롯한 주거복지에 대한 낮은 인식과 사업성 위주의 개발로 세입자들의 주거권은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사업성 위주의 재개발은 평균 지가를 3~4배가량 상승시킵니다. 주거이전비로 받는 돈이 있지만, 그 돈으로 세입자가 재정착을 하거나 다른 지역에 자리를 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개발을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낙후된 환경과 침체된 지역 경제를 부흥시켜 가난한 사람들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진정한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자발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유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자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복지연대가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사회적 기업광장을 꿈꾸며
주거복지연대는 지난 2007년부터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일자리 사업(임대아파트 내 생활지원 인력 배치사업)’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임대주택 단지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기업의 초안을 잡은 주거복지연대가 고용과 육아를 비롯한 생활 욕구를 공간 내에서 대응할 수 있는 사업을 마련한 것.
“집이라는 최소한의 요소를 갖췄다고 해서 고용, 교육, 문화, 보건, 육아 등 다양한 생활욕구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이러한 것들에 대한 관리가 선행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주택정책은 미완성일 뿐입니다.”
주거복지연대는 서민의 주거안정과 함께 임대아파트 단지 내 경제 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방과 후 공부방과 일자리 사업을 전국 14개 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을 위해 입주민들이 점심식사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엄마손 밥상’ 프로그램과 ‘엄마손 주거환경실천단’, ‘공공임대주택 단지 내 생활인력배치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활동이 다양하다. 지난 2003년 운영을 시작한 ‘엄마손 밥상’은 현재 1호점 수원을 비롯해, 부천, 인천, 의정부, 전남 광주 등 전국 12개소에 이른다.
“광주를 비롯한 전국 14개 곳에 있는 복지센터는 도시락 밑반찬 만들기, 출장뷔페, 콩나물 공장 등의 일자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취업 알선이나 상담, 직업 훈련, 미니 취업박람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직을 돕고 있죠.”
이들은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하면서 좀 더 풀뿌리적인 주거복지 실천사업을 고민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환경 개선 사업과 주거복지 정책의 지자체별 기초데이터를 만드는 주거실태조사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대한주택공사와 연계한 사랑의 연탄 나누기, 사랑의 월동비 지원 등 사회공헌사업에도 기여하고 있다.

연대는 지역개발사업을 위해 해외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라오스의 주거복지 단체와 협력한 사업 ‘비엔티엔 모아시앙 빌리지 임길진 센터’의 준공식을 열었다. 센터는 생활복지센터와 유사한, 청소년 교육과 직업훈련을 할 수 있는 건물이다.

 
이처럼 주거복지연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주거권실현운동을 확산하고 복지중심의 주택 지역개발 및 도시 문화의 형성을 위한 모든 노력을 강구해 나가고 있다. 단체는 특히 교육을 통한 성장을 바라보며, 단순 일회성에 그치는 복지 수준에서 탈피하여 지속성을 띤 복지서비스 제공을 추구한다. 이들이 꿈꾸는 생활복지 마을형 기업 SEPARK(Social Enterprise Park) 역시 그 틀에 맞춰졌다.
비즈니스적인 방식을 주거복지에 적용시켜서 불안정한 주거와 삶에 대한 고통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경영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성과가 좋은 생활복지센터에서는 100만원 조금 넘는 급여를 가질 수 있어 희망적이죠. 통근비나 육아문제가 없는 임대단지 내에서 이 정도 수입은 실제 150만 원 정도의 효과를 내게 되죠. 14개의 생활복지마을기업을 완전한 사회적 기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주거복지연대는 계속해서 생활복지마을형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쏟겠다는 각오다.

공간을 통한 통합복지 창출
주거복지연대는 올해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가 저소득 취약계층에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주거복지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주거복지연대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주거복지연대는 열린사회시민연합 등과 연계한 서울형 집수리사업을 맡게 됐다.
단체는 집수리를 통한 고령화 주거환경 개선사업 뿐만 아니라 주거지원 코디네이터사업, SE블라인드 비전사업을 추진하여 공공임대단지 임대료체납 개선 신청자에게 관련 상담과 취업알선, 일자리 직접제공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 이는 도시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하는 단체의 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거복지연대는 계속해서 주택과 관련된 법령·제도 홍보 및 순회교육, 임대주택사업에 대해 행정 지원이 이뤄지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모든 국민이 주거권을 보장받고 더 나아가 주거의 안정과 삶을 누리는 ‘국민 주거복지시대’를 열기 위해 주거복지연대가 내딛는 걸음이 몹시 분주하다.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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