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첫 자만 떠올려도 눈물이 난다
한나절의 자유조차 허락받지 못하고
평범한 세끼의 행복마저도 버거워 해야지만
그래도 엄마는 니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제는 니가 나보다 먼저 죽길 바라지 않을거야
나는 죽어도 너는 살아야지
내가 없어도 니가 살 수 있게
널 위해 싸울 거야
온전치 않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하는
아이야
내 사랑하는 아이야
다음 세상에도 나는 너의 엄마이고 싶다
 *이 시는 장애인 부모가 직접 지은 시이다.

“우리 아이를 대변합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상임대표 윤종술, 이하 부모연대)는 2003년 7월부터 시작된 장애인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조직된 장애인교육권연대를 모태로 발달장애인 및 그 가족의 권리를 확보하고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지난 2008년 12월에 창립됐다.
장애인 교육권 투쟁의 경험은 장애인 부모들에게 장애인 문제가 더 이상 운명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으며 이제 아이들의 문제를 개인이 아닌, 부모들의 단결된 목소리와 투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 전환의 계기가 됐다.

 
이후 함께 투쟁한 전국의 장애인 부모 단체와 기존의 장애인 부모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장애인 부모 운동을 준비하려는 장애인 부모 단체들이 힘을 합해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라는 새로운 장애인 부모 운동 조직을 제안,  창립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돼 전국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모연대는 현재 16개 시·도지부와 107개 지회로 구성돼 있으며, 1만 4천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장애인 부모단체이다. 이들 대부분은 지적장애나 자폐증 등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들이다.
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은 “지체장애인의 경우 기본적인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어 스스로 자기주장을 하는 등 능동적인 권리옹호를 할 수 있지만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은 권리주장은 고사하고 사회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절차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처우는 지체장애인의 그 어떤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김 사무처장은 “국가에선 지체 장애인 시설 중심으로 예산을 많이 투입하고 있다”면서 “발달장애아를 위한 그룹홈이나 훈련기관, 교육센터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얼마 전 사설치료실에서 사망한 장애아 사건을 떠올리며 “장애아들은 방과 후에 믿고 맡길 기관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 지원체계가 미흡함을 알리고자 선진국의 장애인복지정책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제가 작년을 비롯해 몇 차례 들렀던 미국의 경우만 해도 전체 장애인 가운데 발달장애인 문제를 가장 집중적으로 여기고 있고, 가장 소외된 부류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 발달장애인만을 따로 지원하는 체계가 정립돼 있어서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 가족들이 그만한 지원을 받을 수 있죠.”
부모연대는 이러한 현 상황을 직시하고 발달장애인 지원 확대 방안을 연구하는 등 체계적인 활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희망의 빛을 나누다
부모연대는 특히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실태조사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개발은 물론 간담회나 토론회를 통해 정책 실현을 위한 의견수렴 활동도 하고 있다.
“정책연구실을 따로 두고 장애아 방과 후 활동, 장애아 평생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정책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의 경우 서너 건의 보고서를 발간하여 토론회를 열기도 했고, 외부 인권·장애인 단체들과 연대 활동을 추진하기도 했어요.”
중앙사무처에서는 부모회 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매뉴얼 개발과 지속적인 교육 및 컨설팅 등을 통해 지역부모회를 지원하며 순회간담회를 통해 각 시도지부별 주요활동에 대한 평가, 조직상황, 주요활동, 향후 계획 등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연간 두 차례 갖는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는 장애인 복지 현안을 공부하고 친교를 쌓도록 하는 자리다. 작년 12월에 열린 대회에서는 이틀 간 9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우리나라의 현실을 짚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각 지부 및 지회에서는 장애인부모를 위한 교육 및 상담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부모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사회적 서비스를 지원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고충을 상담하고 필요시 지원한다.
한편 부모연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장애인 부모 단체 및 발달장애인 관련 단체와의 국제 교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열린 ‘아이코리아 초청 발달장애인 국제커퍼런스 초청사업’은 부모연대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발달장애인 전문가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우애를 증진하는 자리를 가졌다.
작년 3월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공동주관으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꾸려 제주도를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는 전국순회 투쟁을 전개했다. 이들은 현행 장애아동재활치료바우처가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 50%이하로 대상자가 제한돼 있는 것을 규탄하면서 이를 보편적인 서비스로 만들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부모연대는 달콤한 결실을 맺어냈다. 지난 2007년에는 ‘장애인특수교육법’을 제정케 했으며 2008년에는 ‘장애인가족양육서비스지원사업’을 시작케 했다. 또한 장애아동재활치료사업 지원을 위한 투쟁 끝에 ‘장애아동재활치료바우처사업’을 실시, 장애인가족들에 월 20만원을 지원토록 하는 등 가정경제에 혜택을 주었다.

함께 걷는 길이 바로 희망입니다
올해 부모연대는 장애아 보육제도 개선, 장애아동 돌봄지원 체계마련, 재활치료 확대 및 서비스 관리체계 확보, 장애아 방과 후 지원확대, 무상의료 실현, 장애인 보조기구 등의 건강보험 적용 대상 범위 확대까지 이르는 장애아동 복지 확대를 위한 활동과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발의 및 입법 활동 본격화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통합 촉진을 위한 주거권 보장(그룹홈, 자립홈 등), 노동권보장(지원고용사업), 소득보장 등 보편적인 권리 보장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활치료확대의 경우 장애인등록자 소득수준을 철폐하고 특수교육대상자까지 대상자 확대를 촉구하며 가족지원프로그램의 경우 양육지원예산 상담·권익옹호 프로그램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발달장애인 지역사회통합 운동과 관련해서는 과도한 입소기준을 완화시키고 그룹홈 지원체계를 마련해 현재 정형화된 시설을 탈피, 다양한 주거서비스 형태를 제시할 예정이다. 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해서는 극히 일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운영에서 지원고용기간연장, 대상자 확대 등을 위한 사업예산 확대와 더불어 직업평가·훈련·연결·사후관리의 종합적인 발달장애인 고용지원체계 정립을 요구할 작정이다.
부모연대는 무엇보다 올해 부모 중심 활동을 좀 더 탄탄히 구축할 수 있도록 부모들 간에 지원할 수 있는 ‘부모동료상담활동가’를 양성하고, 부모들이 언제나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부모활동가 지역리더학교를 설립해 현행 장애인 관련법 이해 및 활용방안, 인권상담 기본 과정, 지자체 예산 분석과정, 발달장애 이해과정, 장애인권 이해과정 등 지역 권역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모연대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단체의 주인이자 회원이며 울타리입니다. 소수의 시민운동가와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되는 활동이 높은 수준의 정책을 낳는다면, 우리 연대는 대중의 눈으로 필요한 것을 제도화시키고 이 같은 활동에 회원 모두의 힘이 모아진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계속해서 부모연대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다. “전국의 장애부모 및 회원들과 더불어 장애인부모운동이 한 단계 성숙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윤종술 대표).”
소외된 자들 스스로 권리를 옹호하고 역량을 드높이며 행복한 세상을 지향해 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다는 이들, 부모연대의 활발한 행보가 기대된다.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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