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피해자 쉼터에 입소한 비수급 피해자들의 생계비 지원을 위한 법이 마련됐음에도 불구, 여성가족부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올해 대상자들이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게 된 가운데 여성계가 무능력한 여성부를 비난하며 장관 사퇴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지난 해 2월 4일 개정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보호시설에 입소한 피해자 및 동반가족에 대해 생계비, 아동교육지원비, 양육비 등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기초생활수급자와 시설수급자 전환이 가능한 입소자 뿐 아니라 비수급 입소자들도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여성부는 당초 비수급피해자 생계비예산 9억원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임의규정이라는 이유로 이를 반영하지 않았으며 예산국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는 “정부의 태도는 갈 곳 업는 피해여성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전국 60여개 쉼터의 입소자들은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은 피해여성의 자립의지를 좌절시켜 그들을 다시 피해현장으로 내모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배인숙 쉼터 시설장은 “맨 몸으로 탈출하는 가정폭력피해자들이 아무리 보유재산이 많으면 다 무슨 소용이냐”며 “현재의 여성부는 여성들을 가정폭력피해로부터 보호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 내기에 너무 무능력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기재부를 설득 못한 여성부 장관은 책임 지고 사퇴하라”며 “생계비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협의회는 쉼터 입소자들의 신상정보, 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가해자들에게 노출우려가 있는 행복e음(사회복지통합전산망)에 탑재하는 데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가해자 중 공무원 또는 지인들도 있을 수 있다. 행복e음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정부는 피해자의 안전보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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