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의 50년 숙원과제인 호주제폐지가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호주제란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를 구성하는 제도이고, 호주제폐지는 호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가(家)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호주제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로 내세우는 논리의 핵심은 가족 해체 우려이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가족해체는 실질적인 가족공동체가 붕괴되는 것인데 호주제속의 가족이 삭제된다고 해서 실질적인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부장적 호주제도로 인해 부부갈등이 야기되고 한부모, 재혼가정 자녀의 복지가 침해받기 때문에 가족해체의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호주제도는 평등하고 열린 가족관계를 저해하므로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정부개정안은 호주의 정의 조항삭제, 가족의 범위조항수정(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구성이 아니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직계 혈족, 배우자의 형제, 자매로 가족의 범위를 규정), 부성강제주의에서 부성원칙주의로의전환, 동성동본금혼제도의 폐지 및 근친혼금지제도로의 전환, 5년 이상 혼인중인 부부만이 양친이 될 수 있고, 7세 미만의 친양자를 둘 수 있다는 친양자 제도 신설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안에 대해 여성계는 가족의 범위를 삭제해야 한다는 것과 부성원칙이 아닌 협의에 따른 선택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즉 현재 한부모 가족, 이혼가정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과 달리 선언적이라 하더라도 가족의 범위를 민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가족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구성원의 자율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제도의 개선을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의 여성 및 가족현실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여성경제활동참가율 48.9%, 정책결정권한척도 70개국 중 63위, 성폭력범죄율 세계 2위,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73.3%, 1.19명의 저출산율, 남녀출생성비가 영아 10명당 남아 11명으로 남아선호가 높게 나타나는 등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법, 제도의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생활 속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여성정책이 추구하는 전략은 성주류화이다. 성주류화 전략은 탈 가부장주의 전략이다. 성주류화는 모든 정치적, 사회적 영역의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한 디자인, 실행, 평가에서 여성의 관심과 경험을 통합함으로써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혜택을 누리고 불평등이 조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며 그 궁극적인 목적은 성평등을 이루는 것이다. 생활 속의 관습과 가치관을 지배하는 가부장제도는 호주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성평등한 법, 제도의 성과가 생활 속에 정착하기 위해 호주제 폐지운동이 그래서 여성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지금까지 가족의 기능인 출산, 양육, 부양, 가족문화, 정서적 유대 등을 가족 안에서 여성중심으로 해결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가족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복지를 기여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독신, 한부모 가족 등 다양화 되고 있는 가족의 형태를 비정상 불건강 가족으로 낙인찍는 기존의 가족개념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수용해 새로운 가족개념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이다. 
이제 우리는 가족에 대한 관점 및 가족정책에 대한 또 다른 논의를 시작해야하는 시점에 놓여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방향은 실제 변화하고 있는 국민들의 삶의 현실을 기반으로 해서 제시되어야한다는 것이다.
호주제폐지와 보육업무 이관을 통해 가족관계 민주화, 보육의 공공화를 통한 가족부양의 사회화를 구현하는 가족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을 기대한다. 앞으로는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직장보육 및 농촌보육 등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기를 바란다. 
<본지 객원 논설위원>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 신은주교수  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