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술 (사)무궁화복지월드 이사장

풍요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야 하는 아이들, 가정과 학교에서 학대와 폭력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과연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역할은 사회복지단체들만의 몫인가. 그러한 의문에 대해 ‘역시’라는 답변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봉사와 헌신을 모토로 설립된 사회복지단체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궁화복지월드(이하 무궁화복지)가 설립된 지는 1년 남짓. 그러나 그 1년이란 짧은 시간에 거둔 성과는 놀랄 만한 것들이다. 아동학대 예방과 부모 교육에 타깃을 맞추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첫 걸음마를 뗐지만 성장가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장으로서 진두지휘하면서 광폭 행보를 내딛는 시경술 이사장을 만나 향후 비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생명 존엄
“한 사람의 생명보다 무거운 것은 없다. 이것은 생명 존엄 사상이다. 사회를 위해, 사람을 위해 다양한 복지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는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하는 게 우리의 몫이다. ‘희망’ ‘공생’ ‘광선’을 핵심가치로 두고, 어린이헌장과 UN(국제연합)에서 선포한 아동권리선언의 규정대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시 이사장은 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열매는 건강한 한 알의 씨앗에서 발원하듯이 한 사람의 행복은 건강한 사회의 초석이라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할 개인의 권리. 그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건강한 사회 구현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무궁화복지. 아직은 새내기 사회복지법인이지만 그 광폭 행보가 유난히도 반갑게 느껴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정계 안팎으로 혼란스런 현 시국에도 의연하게 소외된 이웃을 챙기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 사회와 삶을 관통해 나가는 곳. 한 사람을 소중히 여겨 많은 열매를 맺도록 선을 베푸는 행보, 곧 광선(廣宣)의 발걸음이기 때문이리라.

“아직 인력이나 재정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비전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아 희망적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경우도 처음 어린이재단으로 출발할 때는 미진했다. 하지만 지금은 협력과 연대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구호 기구로 성장했다.”

궁극적으로 시 이사장은 무궁화복지를 세이브더칠드런처럼 다양하게 아동복지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그 기초를 다지고 있는 중. 지난 1년간 추진해온 ‘아동학대예방’ 관련 세미나와 ‘좋은부모되기’ 캠페인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았다.

“올해 가장 큰 희망을 본 건 ‘좋은부모되기’ 캠페인이다. 3개월 간 10만 명 정도가 참여했다. 지역 케이블 방송에 CF광고도 만들었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가 후원하고 6만 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 10가지 약속에 서명하고 실천에 옮겼다. 보건복지부에서는 1년도 안 된 신생 사회복지단체에서 큰일을 해냈다고 과찬을 쏟아냈다.”

의식의 개선
짧은 시간에 이러한 성과를 거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긍정마인드가 시너지효과를 냈다. 지난 1년간 추진해온 ‘아동학대예방’ 관련 세미나와 ‘좋은부모되기’ 캠페인의 성공적인 결실은 긍정마인드가 기폭제가 됐다. 긍정마인드는 달리 말하면 의식의 개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예방 차원에 초점을 두고 추진하는 아동학대 예방과 부모 교육은 저절로 긍정마인드를 생성시키는 교육이다. 예방은 의식 개선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긍정마인드로 사랑의 힘을 얻는다. 복지사업을 다양하게 확대해 나가고 싶지만 아직은 인력이나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비전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아 희망적이다.”

법적으로는 아동학대, 혹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가혹행위에 대해 명확하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모두 아동학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직접 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것까지 다 폭넓게 학대라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의식의 개선 없이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흔히 복지사업이라면 경제적인 지원부터 떠올리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시 이사장은 복지사업의 출발이 의식을 개선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한 삶은 긍정적인 의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의식의 개선은 스스로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 때문에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고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때 큰 힘을 발휘한다. 시작이 좋다. 지난 1년간 아동학대 예방과 부모 교육을 통해 건강한 삶을 찾아주려 애썼다. 보람을 느낀다.”

협력과 연대
그는 헬렌켈러를 예로 들면서 ‘협력과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헬렌켈러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셀리반 선생님을 만나 훌륭한 인물로 성장했다. 만남은 그처럼 중요하다.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가 만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교류할 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두운 곳을 밝히려면 의식의 개선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나만 밝으면 될까? 아니다. 언젠간 어둠과 맞닥뜨리는 게 인생이다. 특히 아동학대는 어둠을 양산하는 근원이다. 아동학대의 86%가 가정에서 일어나고 친부모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예방차원의 교육이 중요하다. 가까운 곳에 어둠이 있는지 살피는 긍정의 에너지가 많을수록 우리사회는 밝아진다.”

무궁화복지는 현재 걸음마 단계지만 이배근 회장(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을 비롯해서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관계를 맺어 발전가능성은 많다. 이미 세이브더칠드런(국제아동구호 NGO)을 통해 15년 전부터 같은 활동을 해온 터라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이날 인터뷰에 합석한 이배근 회장이 시 이사장의 얘기를 거들었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다. 건강한 아이는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적 영역 안에 방치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가족제도 안에서 단순히 친권의 대상으로 아동을 평가해왔다. 현재로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선 주위의 ‘신고’가 최선의 방안이다. 예전에 비해 최근 들어 변화는 있다. 2014년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 제정돼 9월부터 시행되면서부터 2013년 1만3000여 건 정도였던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2014년 약 1만8000건으로, 36%나 증가했고, 처벌 수위도 전반적으로 많이 높아졌다.”

지역아동센터 설립
이 회장의 얘기 말미에 덧붙여 시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국에 57개 설치돼 있다. 학대받은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일시보호시설인 ‘그룹홈’(공동생활가정)도 36개소 있다. 청소년 위주의 일시보호시설인 ‘학대아동피해쉼터’는 38곳이 있다. 아직 더 많은 시설과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전문 인력 확충과 피해아동을 치료하고, 학대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증액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궁화복지가 아동학대 예방뿐 아니라 복지의 사각지대를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한 후 결론을 내렸다면서 조심스럽게 신년 사업계획도 내비쳤다.

“내년에는 ‘아동 그룹 홈’(소규모 가정 형태 보호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지역 사회 중심의 아동 보호를 위한 새로운 보호 형태)이나 ‘지역아동센터’ 등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현 지역아동센터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예산이 턱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는 종교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봉사가 아니면 운영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이지만 무궁화복지는 기대한다.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도 일류학원 못지않은 곳에서 악기도, 그림도 배울 수 있게 하는 것. 문화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곧 이상적인 센터를 견학하고 벤치마킹해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무궁화복지는 현재 아동학대 예방 교육과 부모 교육 이외에도 효실천 글짓기를 비롯해서 산간벽지 아이들에게 책을 기증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32만 권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문맹퇴치, 병원, 학교 등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이것은 책 제목이지만 아이들을 사랑으로 훈육하라는 뜻으로 자주 인용된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부모의 체벌이나 학대 끝에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무궁화복지사업이 힘을 얻고 산학이 협력해 근본적인 예방이 되길 고대한다.

김명화  mh6600@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