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일이 있다면 현재 내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유석영 사무국장을 만난 후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유석영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은 CBS 장애인관련 프로그램의 리포터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고, 88서울장애인올림픽 특별취재반으로 활동했다. 이후 다큐멘터리, 교통방송에서 생활체육분야를 취재하던 도중 지역주민의 반대로 건축이 중단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접했다. 그 때 ‘이 일을 내가 반드시 해야겠다’는 신념이 용솟음 치게돼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사회복지현장에 뛰어들었다. 

방송국 리포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유석영 사무국장은 1급 시각장애인으로 현재 경기도내 총 84개 장애인거주시설의 민원과 행정, 각종 행사 등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1998년 9월, 36세였던 그는 ‘가나안복지산업’이라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처음 사회복지계의 발을 들였다. 
“제가 장애인 당사자다보니 처음 시작한 분야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었고, 여태 가장 정열적으로 일해 왔던 곳도 직업재활시설이었어요. 그래서 제 전문분야라고 생각하면서 장애인종합복지관을 경영할 때도 직업재활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실천 해왔어요” 

경쟁고용이 어려운 지적·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 현장에서 최저임금체계로의 진입과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그는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지휘봉을 잡아 지역사회의 조직화 사업에 큰 성과를 거두어 파주시 조례 제1000호를 제정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파주시 9개 읍·면의 주민조직화로 장애인의 행복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북 진안군의 5개 읍·면을 조직화하는데에도 역할을 다 했다.

한 켤레의 구두로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

이 뿐만 아니라 유 사무국장은 ‘구두만드는 풍경’ 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청각장애인의 안정적인 직업재활지원에도 최선을 다했다. “2006년 4월 19일에 고 노무현대통령께서 제가 일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방문해 주신일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청각장애인들과 구두를 만들어 청와대·국회·경기도청 등은 물론 신세계 인터넷몰까지 입점했던 일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진한 기억이었어요. 

지금까지도 그 때 만들었던 것을 신고 다녀요”라며 내민 구두 한 켤레에서 20년간 그가 장애인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녔던 고생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더불어 현재 그는 농어촌 장애인복지증진을 위해 전국을 대상으로 지역주민조직화 사업에 열을 올리고 경기도장애인 거주시설의 안정적인 운영과 인권보장 등 투명한 경영을 지원하는 일에도 몰입하고 있다.

일하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20년의 세월

36세에 복지계에 입문해 벌써 20여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시각장애인으로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직업재활 업무를 하는 일과 청각장애인들의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 일했던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였을 것이다. “저의 태생이 장애인직업재활 분야였기에 근로 장애인들에게 정해진 날에 급여를 지급하던 일과, 함께 ‘고생’이라는 테마로 전국을 같이 여행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정부나 주변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를 설립한 후 보건복지부로부터 설립허가증을 직접 받아 손에 들고 나온 일도 잊을 수 없는 일이죠. 

장애인복지현장에서 가장 힘겨웠던 부분은 부모님들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오해를 풀어가는 일이었고, 속해 있는 법인의 주체와 저의 이념이 맞지 않았을 때였어요”라며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아쉽다는 유 사무국장. “그래도 취업한 근로인들이 저를 다시 찾아와 열심히 일한 본인들의 모습을 자랑할 때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사회복지현장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수행하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행복하고 흐뭇합니다”라며 다시 미소를 드러냈다.

사회복지라는 레시피 속, 사랑을 주재료로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이 타산적이며 공학적인 기법으로 현장에 몰입하다 일찍 소진된 경우를 많이 봤다는 유 사무국장은 “연애하는 감정으로 현장을 어루만지라고 훈수를 두고 싶어요. 전문성·강한 신념·충분한 이력이 기본자산이라면 이것을 바탕으로 현장과 달콤하게 연애하는 마음은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설렘,기쁨,기대감으로 처음부터 연애하는 감정으로 현장을 어루만지면 즐겁게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될 수 있어요”라며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사회복지의 미래는 첫째도 둘째도 사람이어야 하고, 그 어떤 부재를 내세우기 이전에 사람의 행복이 모두에게 골고루 나뉘도록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며 현장에서는 뚜렷한 신념과 핵심가치를 정하여 소신 있는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유 사무국장에게서 행복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랑이 양념이 아니라 주재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사회복지 레시피 속에는 여러가지 재료들이 다 포함되어 있으나 사랑이 빠져있을 때가 적지 않음을 여러 곳에서 보게 돼 특히 더 중요시하게 된다는 유 사무국장. 점점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나만 중요시하고 삭막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과 사랑이라는 두 단어를 한번 더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됐다.

글·사진/ 이유정 기자

송자운  bj402@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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