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복지사79 _ 최미숙 광명노인복지센터 사무국장

진로를 걱정하는 건 비단 청소년들만의 일은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내가 하는 이 일이 내게 맞는 것인가, 비전이 있을까 고민에 빠진다. 일이 성격에도 맞아야 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에도 부합돼야 일에 대한 보람과 만족도가 높다. 이러한 것들이 충족되면 오랫동안 근속하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미숙 광명노인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일에 대한 최적의 3박자를 고루 갖추었다. 재가 어르신들을 상대하고 상담하며 그들과 동행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고, 일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된다고 여기며, 보람을 느낀다.

남들보다 뒤늦게 사회복지 영역으로 뛰어든 그녀는 보육과 사회복지 두 가지를 전공하면서 현장실습을 통해 보육보다는 사회복지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졸업 후 공공분야에서 공무원들과 같이 일하며 수급자 상담하는 일을 했을 때도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보통의 사회복지사들보다 편안한 근무조건 하에서 일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 ‘그래도 내가 사회복지사인데 여기서 안주하면 안 되겠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대상자들과 면대면 하면서 그분들에게 기쁨을 드려야겠다’는 것이었다.    
“사회복지가 역동적이잖아요. 변화가 많고. 그런 부분이 제 적성에 맞았어요.”
최 사무국장은 2005년 한국지역복지봉사회에서 법인 근무 일 년하고 법인 산하 종합복지관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행정회계 파트에서 일했다. 2010년부터 광명노인복지센터로 옮겨 재가독거노인 관리, 상담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재가독거노인의 삶의 질 향상 위해
“재가독거어르신들이 주로 영구임대아파트에 사시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의 삶이 어렵고, 부양가족이 없고, 누구 하나 돌봐주는 사람 없지만 같이 이야기 나누다보면 그분들을 통해 배우는 부분이 있어요.”
사회복지 영역 중 ‘노인 분야’는 청소년이나 아동처럼 나중에 어떤 식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좀처럼 하기 힘들다. 최 국장은 노인과 아동은 정서적, 심리적인 상태가 비슷하기 때문에 오히려 노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딸처럼, 손녀처럼 대하면서 이물 없이 친근하게 지낸다.
광명노인복지센터는 작년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재가어르신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재가독거노인들의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문화체험’이었다.
“독거어르신들은 대부분 80세 이상 고령이고, 본인이 티켓 끊어 영화 본다는 건 전무한 일이거든요. 우리는 너무 쉽게 접하는 문화지만 재가독거어르신들에게는 영화 관람이 하나의 충격이었던 거에요. 영화가 재밌는 내용이었어도 우시는 분도 있었고요.” 
영화관람 뿐 아니라 미술관 관람, 아이들이 주로 소풍이나 체험활동으로 많이 찾는 63빌딩도 다녀왔다. 재가독거노인들의 나들이에 대한 욕구, 문화체험에 대한 욕구가 합해져 프로그램 만족도가 높았다. 광명노인복지센터에서는 공동모금회 지원 사업이 끝난 후에도 이 프로그램을 재가 사업에 접목시켜 분기에 한 번 정도 문화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버림받는 노인 ‘가정의 역할’ 중요
광명노인복지센터 소속 재가독거노인은 80여 명 정도. 대부분 수급대상자이지만, 20% 정도는 수급자 선정에 탈락되고, 혜택이나 도움 없이 복지사각지대에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나가는 저소득층이다.
최 사무국장은 “자식이 있는 게 수급자에겐 도움이 안 된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되어야지만 자식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인데 부양의무만 있지, 절대 부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식들에게 버림받는 독거노인 문제는 비단 독거노인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가족, 나아가 사회문제가 된다. 노인을 부양해야 할 의무를 가정에서 제대로 할 수 없으니 결국 사회나 국가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그 책임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개입으로써 최저비용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어르신 세대는 먹고 살기 바빴고 자녀가, 가정이 소중하다는 인식이 없었죠. 지금은 핵가족화 되다보니 너무 지나친 부분이 있지만요. 가정 내에서 자녀는 자녀로서, 부모는 또 부모로서 각자가 역할을 잘 해나가는 게 중요해요. 자녀가 역할 제대로 못하는 건 부모의 책임이죠. 가정이 해체된다는 건 부모역할을 못했기 때문이에요. 특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요.”

재가독거노인 도와줄 수 있어 ‘감사’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재가독거노인들은 경제적인 여건이 충족되지 않아 매달 허덕이는 삶을 살아간다. 똑같은 수급대상자임에도 영구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독거노인과 판자촌에서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독거노인의 삶의 질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광명노인복지센터는 센터 내에서 경로식당 무료급식만 하고 있지만, 지난 십 이년간 센터에서 도시락배달사업을 해 왔다. 거동이 불편해 센터로 나올 수 없는 재가독거노인들은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도시락을 배달했다. 재가 방문할 때면 놀라운 일들이 눈앞에 벌어지곤 했다. 상업지구인 철산동은 번화가 뒤편으로 판자촌이 이어져 삶의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판자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공동화장실을 쓰며 열악한 환경 속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저녁 도시락 한 끼이지만 재가독거노인에게는 한 끼가 아니었다. 도시락 하나로 점심 겸 저녁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최 사무국장은 “저녁 도시락이지만 어차피 어르신들은 점심, 저녁으로 드신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전 열한시부터 배달 나갔었다”고 말했다.
일이 힘들고, 사람 상대에 지칠 때도 있지만 최 사무국장은 그럴 때마다 사회복지사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 마음속에 새겨 놓은 말들을 되새긴다.
“처음에 사회복지사가 되고나서 마음먹기를 사람을 만날 때 ‘이 사람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장 소중한 존재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은 누구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사람 상대하는 일이다보니 사람이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상처가 되기도 하거든요. 이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하나의 가치, 소중함을 먼저 생각하면 감사함만 남아요.”   글·사진/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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