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3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하여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뚜렷하게 밝히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촉발된 복지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떠한 사회가 진정한 복지국가인가 생각하게 된다.

사회복지의 현장에서 인권지킴이 역할을 맡고 있는 안효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행정법무 주무관의 생각은 어떠할까. “앞으로 국가의 척도는 국민 소득 몇 만 불이라는 경제적인 논리로써만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높고, 안정된 사회여야 합니다. 국가의 지원을 못 받아 도태되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국민이 적어야 하고요.”

사회복지는 인권의 한 부분

안 주무관은 인권위에서 일 하기 전 복지관, 장애인단체기관, 국회의원 비서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 왔다. 현장 실무 경험을 살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로 둥지를 옮겼다.

안 주무관은 “인권을 크게 나눌 때 사회권과 자유권으로 나뉜다. 사회권은 사회보장, 교육,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이고 자유권은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말한다”며 인권을 말할 때 “사회복지를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을 바라볼 때 법학의 관점 뿐 아니라 사회복지의 시각으로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인권위에서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전체 인권위 직원 수가 160여명 정도인데 이 중 사회복지사들은 전체의 10%인 15~16명이다. 

현재 그는 인권위에서 행정법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작년에는 인권 교육을 담당했다. 주로 장애인, 노인, 정신보건 분야 일을 맞아 했으며 교육 대상은 검찰, 경찰, 교정 시설 공무원, 교원, 사회복지 시설 실무자 등이었다. 인권위로부터 시정공고를 받은 시설에 가 보면 사회복지 현장이 근본적인 것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안 주무관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적은 보수를 받으며 기계적인 일처리를 하고 있다”면서 “사회복지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노인시설에서 환복을 할 경우나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 혹은 이용자가 목욕을 할 때 종사자가 동성이 아니라 이성일 때가 있었다. 이용자가 성적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이었다. 안 주무관이 문제를 지적하면 시설에서는 “인력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또 한 예로 안 주무관이 장애인시설에 교육을 나간 적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하나 같이 스포츠머리, 파마머리를 하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어 흡사 ‘군대 신병 교육’을 보는 듯 했다. 마치 거주 시설이 아니라 집단 수용시설을 보는 것 같았다고.

안 주무관은 이용자를 학대하고 가두는 일부 시설들의 행태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몇몇 잘못된 행동과 편견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비난받는 일이 일어났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이용자들의 인권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사회복지 계에서 인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 2006년부터였다. 실무자 교육을 통해 시설에서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한 교육 및 경험 공유 과정을 거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교육을 받은 현장 실무자가 시설의 인권 침해를 고발하거나 안 주무관에게 상담을 해 오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이밖에 시설 안에서 자체 세미나를 열거나 스터디를 하는 곳이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달 청주에서 노인복지시설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주제가 ‘인권’이어서 그에게 발제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안 주무관은 이러한 현장의 반응을 보면서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움직임이었다”고 말했다.

안 주무관은 사회복지인이 소통하고 연대하여 앞으로 사회복지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생각을 작년과 올해 ‘테드x광화문’을 통해 실천할 수 있었다.   

테드, 사회복지의 확대와 연대를 꿈꾸다

작년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열풍이 불 때 ‘#swlove’라는 사회복지 소통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이 뜻을 모아 한 자리에 모였다. 6월부터 두 달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사회복지 관련 주제로 하여 ‘테드x광화문’을 개최했다.

작년 11월에는 ‘사회복지 THE 상상해봐’, 올해 6월에는 ‘뻔한 사회복지? Fun한 사회복지!’를 주제로 진행했다. 홍보, 디자인 영역 등의 전문가를 초청해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사회복지인들이 현장에 어떤 형식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안 주무관은 작년 행사 때 연사 중 한 명이었던 권상우 학생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상우 학생은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청중들에게 들려주어 장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어른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폭력성을 지적하며 게임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러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른들이 아니냐, 폭력적인 사회 만드는 어른들이 문제 아니냐는 일침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겨주기에 충분했다.

올해 초청된 연사 중 동성애 운동가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회복지 시설은 종교재단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종교에 입각하여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안 주무관은 그를 연사로 초청했다. 동성애 운동가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자주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편견’이 생긴다고 하면서 “동성애에 대해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강연 소감을 밝혔다.

테드 행사를 기획한 멤버들은 실무를 하면서 맛보지 못한 ‘성취감’을 느꼈다. 현장에서 사회복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 새로운 주제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며 무언가 얻어가는 일련의 과정은 생생한 배움의 장이 되었다.

자발적으로 강의를 듣는 그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고 알아감에 대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한국사회 보편적복지로 나아가야

주민무상급식투표 이후 복지가 사회적으로 폭넓은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를 두고 논의가 많다. 안 주무관은 “헌정 60여 년 이후 복지에 대해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본 역사가 없다”면서 사람들이 복지에 대해 갖는 관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편적 복지가 단순한 서비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로부터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여야 합니다. 정치적인 논리로 완급조절 할 수가 없는 것이죠. 인권위에서 보편적 복지를 말할 때 인권의 한 요소라고 합니다.”

그는 얼마 전 택시기사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다.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으로 왜곡되어 한 쪽으로 편향된 사고를 가진 기사와 언쟁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국민들에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야 함을 느꼈다.

복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계에서도 각성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안 주무관은 말했다. 그는 작년 서울시 사회복지협회에 제안서를 낸 적이 있다. 국회의원이나 시도의원들 중 “사회복지현장에 대해 잘 알고, 정확한 이념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하며 “사회복지 계 내에서 정책보좌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말했다. 보편적 복지를 오랫동안 꾸준히 하여 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 계에서 기본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라는 테두리 내에서 쉼 없이 달려온 안 주무관. 그가 앞으로 바라는 소망은 소박하기만 하다.

“내년에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무상급식을 위한 첫 단추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졌잖아요. 돈 없어서 하고 싶은 것 못하는 거 비참해요. 전 딸들이 지금 바로 누리지 못해도 딸들의 딸들이 누리면서 살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어요. 현장에 계신 분들에게 다가서고 싶고요.”

사진/안효철, 박선미  글/ 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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