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고강복지회관 남수영(34) 과장은 복지사로서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지 못하면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자원을 연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성찰하는 복지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
남수영 과장은 어릴 때부터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수교육과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으로 자원봉사를 다니기도 했다.
“특수교사가 되려다 사회복지 영역이 포괄적이라는 주변의 추천으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장애인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했어요. 다운증후군 아이들과 함께 교감했던 봉사활동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몇 년 후 다른 곳에 봉사를 갔다가 그때 함께 공부했던 아이를 우연히 만났는데 저를 기억하고 있어 정말 반가웠죠.”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정을 잊을 수 없어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했다. 장애여성 쉼터, 노인 장애인을 위한 재활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다 2003년에는 부천시 고강복지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역복지, 가족복지, 재가복지 등 여러 부서에서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지역복지팀에서는 마을 만들기 사업, 청소년 자원봉사 사업 등을 진행했어요. 가족복지팀에서는 조손 가족, 한부모가족지원사업,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원사업 등을 담당했죠. 지금은 재가복지팀에서 다문화 가정지원사업, 한국어 교실, 문화 특강, 실습지도, 노인대학사업, 의료서비스, 물리치료, 한방 진료, 사례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남 과장은 요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국제결혼을 한 남성의 상당수는 소외 계층이기 때문에 결혼이주 여성들은 어려운 결심을 하고 한국에 와도 여전히 가난한 삶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거나 남편의 사망으로 시댁식구들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쫓겨나기도 한다. 그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회적 약자의 지위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다문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주 여성들이 빨리 한글을 배워 우리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니 기득권의 입장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정책은 자산 조사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우선으로 하고 있죠. 외국의 문화와 우리 문화가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한국을 우월한 입장으로 보고 복지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 중에서도 이주 여성들을 한국인처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거나 하대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남 과장은 이 사람들도 자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사회 구성원이었다고 강조한다. 언어가 익숙지 않아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정을 나누며 소통하다
남 과장은 주민과 함께 하려는 마음을 사람들이 알아줄 때 복지사 일에 보람을 느낀다. 그는 복지관이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주고 즐거운 일을 서로 나누며 감정을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혼자 사는 분들과 가족들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작년부터 선물을 나눠드리며 명절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이웃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고 놀이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노인들은 늘 좋다고 말씀하셔서 행사 전에 반응을 가늠할 수 없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르신들이 먼저 질문하고 주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이었어요.”
지역 주민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송편을 만들고 춤추며 어울리는 모습은 그의 기억에 남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그는 사람들과의 끈끈한 마음이 좋아서 복지사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래도록 주민들과 서로 믿고 힘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믿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항상 반성합니다. 복지사는 어렵고 힘든 직업입니다. 성찰하지 않는 사람이 사회복지를 하는 것은 이용자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고민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 복지사의 윤리라고 생각합니다.”
남 과장에게 복지사란 자신을 다그쳐 도전하게 만드는 직업이다. 그는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복지사가 되려 한다. 최근에는 이용자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고자 대학원에 들어갔다.
“공부를 하면서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맞는 것인지 거듭 고민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사람 상당수는 수급자입니다. 얼마 전 부천에서는 수급자 생계비에 식대가 책정되는데 왜 노인무료급식을 지급하느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과연 이러한 서비스는 적절한 것인지 고민됩니다.”
그는 성찰하는 마음으로 기관 내에서도 최선을 다해 맡고 있는 사업을 수행할 작정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좋은 기관을 만들기 위해 중앙 관리자로서 직원들을 격려하는 일도 잊지 않으려 한다.

주민과 함께 가는 기관
부천시 고강복지회관은 올해 비전 수립을 다시 했다. 관계, 꿈, 행복이라는 기관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돌봄 공동체, 배움 공동체, 문화 공동체, 지역경제 공동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저는 돌봄 공동체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수혜자로서 받기만 했다면 이제는 주민들과 동등하게 관계를 맺고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보호사업의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복지관 사람들과 함께 지역 안에서 주민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갈 것이라는 남 과장. 그와 주민들이 일궈낼 지역 사회의 모습이 기대된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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