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사회복지사.

고령화시대의 주연배우인 노인들이 달라지고 있다. ‘60 청춘’을 넘어 ‘70청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게 살려는 노인들이 많아졌고, 실제로 젊은 사람 못지않게(?) 활기차게 인생을 즐기는 노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 많은 노인들이 경로당이나 집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무엇인가를 통해 의미와 가치 그리고 즐거움을 찾기를 원한다.

사회 곳곳에서도 노인들의 위한, 노인들에 의한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정부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당연하다. 변화된 노인들과 새로운 노인문화, 무엇이 먼저인지 논하는 것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격이지만 분명한 것은 변화의 선두에는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복지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1일, 의정부 역에서 10여 분을 걸어 도착한 노인회관에 들어서자 바삐(?) 움직이시는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마다 얼굴에는 함박웃음이다. 수다를 떨며, 팔짱을 끼며, 또래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여느 대학의 젊은 학생들을 보는 것만 같다.

자, 이제 주인공을 만나러 가볼까. 2층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수진 복지사 인터뷰하러 왔습니다.” 누군지 몰라 두리번거리던 기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앳된 외모에 당차 보이는 여성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 바로 이수진복지사였다.

업무량 많아져도 노인일자리 더 늘었으면

의정부 노인회관에서 이수진 복지사가 맡고 있는 업무는 노인일자리사업이다. 정부가 올 해부터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사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큰 사명감을 느끼고 있단다. 

“우리 사회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시대로 접어들고 있어요. 때문에 정부에서도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정책을 세워놓고 있죠. 이에 맞춰 복지관에서도 관련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노인일자리사업이에요. 핵심사업이기도 하고 필요로 하는 노인들도 많은 만큼 나름대로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웃음)”

사명감과 책임감이 크다보니 보람만큼이나 안타까움도 크다고. 생계를 걱정하는 노인들 모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지만 그것도 기준이 있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참 안타까운 사정의 노인들이 많아요. 자식이 있는데도 부양받지 못해 생계를 걱정하는 노인들도 있죠. 마음 같아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다 도와드리고 싶은데, 정해진 절차와 조건 등을 따라야 하니까 안타깝게도 그냥 돌아가셔야 하는 경우도 많죠. 그럴 때는 마음이 안 좋아요.”

그런 그이기에 노인일자리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물론 업무량은 많아져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게 될지라도 말이다. 그는 일자리사업이 부양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은퇴 후 삶의 목표나 희망을 잃어버린 어르신들에게도 큰 기쁨을 주는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요즘 어르신들 중에는 젊은 사람들보다 더 열성적이고, 감각적이신 분들이 많아요. 노인일자리사업의 주는 생계유지의 측면이 많긴 하지만, 생계가 힘들지 않은 어르신들도 일을 하고 싶어 하세요. 아니면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서 보람을 찾으려고 하시죠. 그 자체가 인생의 목표이자 기쁨일 수 있거든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시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또 제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나중에 나도 저런 노인이 되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곤 해요.”

초심 잃지 않는 열정적 복지사로 살아가기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려는 그이지만 가끔은 극복하기 힘든 어려운 일들도 있단다. 그 중에서도 어른들을 대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몇몇 어르신들은 그동안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있으셔서 절차나 조건 등에 대해서 이해하시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만 강조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설명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죠. 언성을 높이시거나 오해하실 때는 속상하기도 해요.”

하지만 어려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잠시. 음료수, 과자 등 맛있는 것을 가져다주시며 고마워하시는 정겨운 어르신들이 있기에 어려움을 극복할 힘이 생긴다. ‘어떤 복지사가 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려운 질문이네요’라며 한참을 생각하던 이수진 복지사는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익숙하고 편한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처음 이 길을 선택했을 때 다짐했던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라’라는 신조를 무시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된다고 생각하는 선 안에서 모든 업무를 안정위주로 처리하게 되는 것이죠. 사람의 감성도 그렇고 능력도 정체되는 거예요. 그게 가장 위험한 것이라 생각해요. 왜냐면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열의’가 있어야 더 많은 어르신들을 웃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는 그래서 업무 중 힘든 일들이 생겨도 항상 스스로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곤 한다.

또, 혜택을 주는 입장이라고 ‘주객이 전도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복지사도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드에서 경험을 쌓은 다음 복지정책이나 제도를 기획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원에서 전문지식을 쌓고 있기도 하고 필드에서도 최대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 10년 동안 타인이 만들어 놓은 정책의 시행자였다면 10년 뒤, 20년 뒤에는 제가 정책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기획하는 복지사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무슨 질문에도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이수진 복지사. 그는 일이 많아 힘들겠다는 질문에 ‘일은 할 수 있는 만큼 주어지는 게 아니겠냐?’고 반문할 정도로 직업에 대한, 일에 대한 열의가 빛나는 사람이었다. 대상자를 위한 서비스 마인드는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정신이어야 한다는 어느 복지전문가의 말이 마치 그를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가 본인의 바람처럼 없어서는 안 될 복지정책기획자로 성장해나가길 기대해본다.

글·사진/안주영 기자

안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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