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은 수혜자인 국민의 것이어야 하고, 국민을 위해 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의사결정과 정책집행 과정에 사용되는 제도와 법률, 그리고 정치적 상황과 재정여건 등을 둘러싼 정부환경이 늘 이같은 기본이 틀을 벗어나 변화하곤 한다.

저출산과 고령사회 문제는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환경이다. 과거 70년대 아이를 낳지 말라는 산아제한정책이 이제는 출산장려정책으로 둔갑하여 지자체마다 야단법석이다. 또한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고령사회문제는 경기침체와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미래의 충격적 보고가 나오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문제는 별개의 독립된 문제가 아닌 상호 연관된 하나의 문제일 수 있다. 동일한 환경을 두고 어떤 면을 부각시켜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법이 달라질 수 있음은 당연하다.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정책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 정책을 만드는데 있어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사회문제 해결은 우선 장기적으로 막대한 재정투입이 예견된다. 프랑스에서 출산장려를 위해 지속적이고도 꾸준히 정책을 추진한데는 재정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도 최근 3년간 사회복지예산은 45도의 가파른 증가률을 보였기 때문에 어느 부문보다 예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이제는 제로베이스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여야 한다.

출산은 국민들의 생활과 가족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처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파급효과를 고려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출산은 아이가 태어나면 보육문제와 교육문제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주택과 취업문제에 이르기까지 안정된 진로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출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출산장려금보다는 사회보장제도로서 아동수당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고령화대책은 노후에 경제적보장과 건강보장을 어떻게 해 줄 것이냐로 집약될 수 있다. 우선 경제적인 소득보장문제는 국민연금제도를 확고히 뿌리내리는 방법을 견지하면서  노동부에서 고시한 노인적합직종과 상시 고용사업장에 대해서는 고령자고용촉진법의 의무고용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노인의 건강문제는 노인수발보장제도로 해결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진행 중이다. 일단 제도도입은 잘한 일이다. 다만 사회보험형태를 유지할려면 보편주의와 재분배효과 그리고 기여제도로서 명실상부한 사회보장제도의 틀을 유지하기 바란다. 단순히 건강보험과 유사한 제도를 또 하나 만들어 노인요양을 위해 비용을 절감해주는 정도의 인상을 불식시켜야하며 지자체의 책임성을 제도화한 운영상의 문제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제도는 예산을 너무 의식한 감이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 보험료문제는 금액의 과다를 불문하고 어차피 국민적 합의를 구해야 한다면 제대로 만들어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대책에 투입될 재원마련이 우선 시급한 과제인데 최근 논의되는 저출산 목적세 같은 경우는 정부가 마지막으로 선택해야할 카드를 너무 성급하게 다루는 감이 있다. 시급하지 않은 국책사업을 정리한다거나 탈루소득을 찾아내고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절약이나 조정이 먼저 이루어지고난 다음 그래도 부족하면 국채발행과 같은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붉은여왕이 새로운 환경을 위해 치열한 경쟁적 환경을 통과했듯이 저출산과 고령사회 해법도 수많은 논의와 여러 가지 대안들간의 경쟁구조 속에서 탄생되어야 지지받을 수 있으며 미래세대를 위한 안정망이 될 수 있다.      

심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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