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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식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바로 한국 순수혈통 ‘스노우 캣’이 있다. 온몸이 새하얀 털에 양쪽으로 쫙 찢어진 귀, 통통한 몸, 왕눈이 같이 큰 두 눈, 매우 짧은 팔과 다리가 특징인 ‘스노우 캣’. 그의 성격 또한 외모에 맞게 유별나다.
‘스노우 캣’의 취미이자 특기를 알고 보면 이러한 그의 특별한 성격을 알만도 하다. 하루 종일 방안에서만 돌아다니기, 여름의 날씨가 더워 몇 달 동안 집안에서만 들어가 있기, 텔레비전 속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의 모든 것을 느끼기 등 이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이름하여 ‘귀차니즘’이라는 특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가필드와 ‘귀차니즘’에서 겨뤄보면 단연 ‘스노우 캣’의 승리일 것이다.
하여튼 ‘스노우 캣’이 전하는 귀차니즘의 진가는 우리 나라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 혼란한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 대량으로 생겨난 청년실업. 그 희생양인 대학생들은 사회 기피에 이르게 되고, ‘귀차니즘’을 일정의 도피처로 여기게 됐다.
최근 집 밖으로 내몰린 노숙자 중에 20대가 10%를 상회하고 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와 백조)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청년 실업률이 7%를 넘는 최악의 취업난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렵게 취업한 20대 임금 근로자조차 절반 이상 임시직?일용직이어서 미래의 비전 없이 일자리를 옮겨 다닌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2?30대의 실업 우울증, 그리고 체념과 죄책감이 사회 기피증을 낳고 있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들의 불안은 영혼까지 잠식하게 될 것이다.
또한 취업난은 비정상적인 대학교육을 낳고 있다. 어학 연수자를 선호하는 기업들로 인해, 4학년 졸업을 앞두고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청년들에게는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취업을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로, 또는 학원으로 대학 교육을 보류하고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대학 교육은 청년들에게 지식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대학 교육은 앞으로 나갈 사회에 적응하고, 올바른 성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학습 기관인 것이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여 올바른 청년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졸업 후 사회에 나가는 기반을 굳건히 다지는 장이 될 것이다.
청년들이 빠진 귀차니즘은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뭐든지 편안함만을 찾고 무슨 일이던지 귀찮아서 하지 않는 상태’를 가르키는 것이다. ‘스노우 캣’은 귀차니즘 속에서 우리가 모르는 인생의 지혜를 발견한다. 가령, 벨이 울리면 우리는 무의식 속에서 전화기에 손이 간다. 벨이 울리면 받아야한다는 고정 관념속에 우리는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노우 캣’에게서는 이런 고정 관념을 찾아볼 수 없다. 스노우캣은 귀차니즘을 통해 비로소 거대한 사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부지런하고 활발한 척을 하는 답답한 가면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
사회가 원하는대로, 변하는 대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가면을 바꾸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는 몇 번이나 있을까. 청년들은 절망과 우울의 늪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자포자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 현실을 인정하고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노우 캣을 본적이 있는가. 얼핏 흘려보면 굉장히 부정적이고 게으른 고양이로 연상하기 쉽지만, 간단하게 이루어진 ‘스노우 캣’의 삶 속을 진지하게 바라보면 남들보다 한 발자국 더 뒤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무슨 일이던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떠한 일을 시행하기 전에 이미 최저의 시간으로 최고의 효과를 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추구하고 관심있는 일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있는 ‘스노우 캣’. 어쩌면 우리는 귀차니즘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에 반해 ‘스노우 캣’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준비할 때 자신이 원하는 미래상에 더욱 접근하는 것이며 전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오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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